IT 소프트웨어 개발팀에서 팀장이란 이름의 직무를 맡은게 이전 회사부터 계산해보니 이래저래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나름대로는 좋은 팀장이 무엇인지 많은 책과 글들을 읽으면서 고민을 해왔었지만 머리속에서 뒤죽박죽만 될 뿐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시점에서 팀장이란 역할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정리를 해보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면서 보완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정리를 시작해 본다.
한 조직에서 팀장이 해야 하는 일이란 팀이 속한 조직의 업무와 상황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겠지만 근본적으로 팀이라는 것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협업을 하는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했던 내용을 적어본다.
팀장이란 일종의 백인대장같은 역할이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백인대장은 그 옛날 로마군에 있던 백인대장을 말하는데 사실 로마군의 백인대장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다. 다만, 예전에 처음 팀장이란 역할을 가지고 되었을때 당시 본부장님이 로마인이야기 전집을 선물로 주셨는데 내용 중에 백인대장과 관련된 내용을 보다가 팀장의 역할과 많이 유사하다고 느꼈고 그 이후로 팀장의 역할을 생각할때마다 백인대장을 떠올리곤 했다.
백인대장은 로마군에서 100여명이 채 안되는 부대를 이끄는 대장으로, 귀족이 아닌 평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많은 경험과 뛰어난 실력으로 전장에서 제일 앞장서 돌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전사자도 제일 많았다고 한다.)
조직에 따라서 실무를 같이 하는 팀장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는 조직, 성과관리 및 팀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매니저 역할이 강조되는 팀장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인대장 같은 역할은 매니저보다는 실무에 같이 투입되어 가장 앞장서 돌진하는 역할을 강조한 면이 있다. 돌진이라는 표현이 SW개발에는 좀 어색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조직에서는 같이 일을 하는 역할이었고 사실 대부분의 개발회사에서 개발팀장은 그렇지 않을까 싶다.
비슷하게 군대에서 중대장님이 하셨던 말씀도 생각이 난다. 안좋은 기억도 많은 중대장님이었지만 유독 그 얘기만은 기억이 남는다. 지휘관은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게 아니라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는 것이 맞다고. 자신은 참호속에 있으면서 돌격을 지시하는게 아니라 모범이 되면서 앞장 서 나서야 하는 법이라고… 게다가 그 얘기를 사격훈련을 하면서 표적지 확인을 위해 총알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참호 속에서 대기하면서 했던지라 더 기억에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따르라”를 외치며 먼저 뛰어 나가야 한다고? 군대의 지휘관과 소프트웨어 개발 팀장은 좀 많이 다르겠지만 똑같이 두렵고 어려울때 앞장을 서야 한다는 점에서 종종 떠올리곤 한다. 나를 따르라고 강요하는 식으로 해석하자는게 아니고 솔선수범이 핵심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팀이라는 조직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방향을 향해서 같이 전진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는데, 팀장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최전선에서 앞장서야 하는 백인대장과 같은 역할이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는 조직에서는 항상 두려운 일, 꺼려지는 일은 필연적으로 많이 있겠지만 방향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발을 내딛어야 하는 사람, 팀장은 그래야 한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돌이켜보면, 자주 다짐하던 생각이지만 그렇게 썩 잘 해냈다고 자신있게 얘기는 못하겠다. 그래도 다른 팀원에게 미루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앞장을 서기가 두려운 지점에서는 많이 머뭇거리고 멈칫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팀장의 가장 큰 무기는 솔직함이어야 아닐까?
사람이 완전히 솔직하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스스로에게나 가족들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것이 인간인데, 하물며 직장동료에게 솔직하다는 것은 사실 가장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솔직함을 가장한 폭력, 무례함이 아닌 팀원과 팀에 도움이 되는 솔직함이란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조직에서 솔직함이란 업무에 대한 피드백으로 표현이 되는데 긍정적인 피드백이든 부정적인 피드백이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늘 어렵다. 늘 감정적인 부분이 동반되는건 아닌지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타이밍에 전달해야 효과가 좋을지 고민하다보면 오히려 타이밍을 놓치거나 솔직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잘 대처한 경우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서 속상하지만) 솔직하다는 것은 가장 어렵지만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다만 지난 시간동안 늘 주의했던 것은 솔직함이라는 핑계로 그냥 내가 가장 편한 방법을 택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던 점이다.
피드백에 관해서 하나의 난제는 내가 얘기하는 단어나 억양, 혹은 분위기나 평소 관계에 따라서 내가 의도한 내용만큼 전달이 안된다는 것이다. 팀원의 장점이나 성과를 칭찬한다고 해도 내가 크게 칭찬하고 격려하는 어휘는 상대방이 느끼기엔 그냥 일상적인 대화정도로 느끼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내가 강하게 지적을 한다고 해도 크게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시간을 가지고 싱크를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이러한 점들이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관계인지를 결정하는 요소이고 생각보다 현실에서는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동료로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의 솔직함, 혹은 특정 부분에 대한 솔직함으로 제한될 수 밖에는 없겠다. 팀장은 팀원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에 대해서도 늘 솔직해야 하고, 그 솔직한 피드백이 더욱 효과적이려면 그 내용에 따라 가장 적합한 타이밍과 기술이 필요하다.
필요한 시점에 솔직한 피드백과 의견교환을 위해서는 평소의 관계도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고 서로 주고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그 교각이 되는 관계 자체가 단단해야 더욱 많은 의미있는 내용들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교각이라는 것은 결국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팀장은 감독이 아니라 코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사실 스포츠를 좋아하진 않아서 감독이니 코치니 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지만, 내가 이해하고 있는 범위에서 감독은 경기, 혹은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서 선수를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역할이라면 코치는 투입되는 선수들이 최고의 역량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조직에 속한 팀이냐와 그 팀의 상황에 따라 팀장에게는 감독의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고 코치의 역할이 더 강조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에 크게 상관없이 가장 근간이 되는 주요한 역할은 역시나 코칭을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의 소질과 그들이 원하는 커리어와 팀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등등을 모두 고려해서 팀원들이 스스로 최고의 역량을 가지게 옆에서 돕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역할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팀장의 가장 기본 소임이 아닐까?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영역도 세분화하면 한도 끝도 없는 분야이고 모든 분야를 잘 알수는 없지만, 그런만큼 개발팀 팀장이 제대로 코칭을 하려면 이런저런 영역을 끝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팀장은 (나만) 힘든가? ㅠㅠ
돌이켜보면 적어도 나에게는 팀장이란 역할이 늘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내 스스로 역량이 안되면서도 팀장을 하고 있어 조직과 팀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계속 고민하게 되는 점도 힘들고 보통은 팀장이란 자리가 내가 원해서라기 보다 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역할이라 힘들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겠지만 내 경험으로 조직에서 팀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많아도 동기부여까지 챙기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팀과 팀원을 위해서도 스스로 지치지 않는 동기부여를 자가발전해서 생산하고 팀원들의 동기부여까지 챙겨야 한다는 점이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