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나에게 취미다운 취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취미다운 취미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시간이 날때, 혹은 시간을 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딱히 떠오르는게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취미가 있나? 아무튼 취미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고민을 시작했다.
회사 일도 재미 있어서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이 난다고 해도 관련된 공부를 하거나 다른 코딩을 하는 편이긴 하지만 취미를 코딩이라고 하기엔 뭔가 억울한 느낌이 있다. 게다가 주위에선 일중독이라는 말만 듣지 취미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ㅎㅎ
책 읽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역시나 취미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길을 지나다가 서점이 있으면 들어가보고 싶고 들어가서 둘러보면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충동구매를 하기도 하고 늘 읽는 책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욕심은 없는 편이다.
술 마시는 것도 취미가 될 수 있으려나?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혹은 혼자서도 술을 즐기기는 편이지만 술 종류나 안주에 별로 집착하지 않고 그닥 관심도 없다. 역시나 내가 생각하는 취미와는 좀 거리가 있다.
취미가 뭔지에 대한 정의는 뒤로 하고 일단 시간이 될때 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나 만들려고 보고 싶다. 코딩, 책, 술말고… 아님 그것들을 제대로 하던가…
일단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가족들에게 내가 취미로 뭘하면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어봤는데, 아래와 같은 15개의 목록을 받았다. 대부분 좀 뻔한 항목들이었지만 몇몇개는 생각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래도 항목들을 보면 조금이나마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전혀 엉뚱하게 의견을 준 것은 아닌 듯 하다. 이 모든 걸 할 수는 없겠지만 잠깐씩이라도 해볼려고 한다. 좀 거창한 시작을 필요로 하는 것들보다는 좀 더 간단하게 시작하는 것들부터… 중간에 너무 맘에 드는 취미가 생기면 그 여정을 끝까지 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부담 갖지 말고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 (마지막 “피파게임”는 큰 아들이 추천하고 자기는 그만뒀다. ㅠㅠ)
- 켈리그라피 : 예전부터 글씨를 잘 쓰고 싶었다. 펜글씨 교본도 많이 쓰고 만년필로 연습도 많이 했는데, 좀처럼 늘지는 않는다. 켈리그라피라는 이름은 좀 거창하지만 손글씨 연습을 좀 해볼까 한다.
- 서예 : 서예는 뭔가 부담스럽기는 하다. 준비물도 좀 필요할 것 같고 아무 곳에서나 펼치고 시작할 순 없어서… 좀 뒤로 미룬다.
- 독서 : 지금도 책 읽는 것은 좋아하고 책을 읽고 나면 밑줄을 칠 만한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하지만 너무 정리가 안되는 것 맞다. 게다가 약간 지나치게 잡식성이라서 손에 잡히는 책을 무계획하게 읽는 것 같다.
- 마술 : 이건 둘째 아들이 추천한 내용인데, 아무래도 내가 하면 자기도 하려고 그런 것 같다. 이건 단 시간에 될 기술이 아닌 것도 알고 준비물도 좀 필요할 듯 하여 역시나 우선순위를 낮춘다.
- 바둑 : 어렸을때 바둑을 배운 적이 있는 것 같다. 잘 두진 않지만 완전 처음부터 시작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 집앞에 한국기원이 온다고 하던데 뭐 교육강좌라도 있을라나…
- 수학 : 수학이란 타이틀은 너무 광범위하긴 한데, 고등학교때도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 다는 점을 깨닫고 항상 좀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 사진 : 사진은… 대학교에서 사진 동아리를 하면서 당시에는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쪽 직업도 생각해봤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카메라를 놓은지 너무 오래다. 필름 카메라가 아닌 디지털 시대에서 사진을 찍는다는건 어떨지 잘 모르겠다. 카메라를 살펴봤는데… 무지 비싸다.
- 가죽세공 : 유투브에서 동영상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세밀한 작업은 항상 매혹적이긴 하다.
- 목공예 : 역시나 가끔씩 유투브에서 넋을 놓고 보기도 한다. 주변에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위의 가족세공과 함께 뭔가 진입점이 높은 느낌이다.
- 악기 : 평생 학교에서 레코더를 부는 수준 외에는 악기를 배워 본적이 없다. 기타나 피아노를 한 번쯤은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늦었을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뭐 연주자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악기를… 사야하나?
- 헬스 : 군대에서 빼고는 근력운동 같은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뭐 헬스를 하면 유산소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근력운동을 떠올리게 되는데… 몸짱인 내 모습은… 좀 이상하다. 하긴… 지금 몸매도 이상하다.
- 달리기 : 10년이 넘은 예전에 10Km 마라톤 대회를 나간 이후로 달리기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지금은 100m 완주가 될 지 의문인 상태. 그래도 밖에 나가서 살살 뛰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라는 정도는 안다.
- 요가 : 요가라… 이런 정적인 느낌의 운동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건 다친 팔 재활이 끝나면 다시 고민 해보기로…
- 글쓰기 : 글쓰기는 이미 시작은 한 것인가? 블로그를 막 쓰기 시작했으니… 뭔가를 적다보면 생각도 정리되는 듯 하고 가끔 읽어보면 생각이나 마음을 다잡기도 해서 좋은 것 같다.
- 피파게임 : 특정 게임 종류를 의미하고 얘기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때 삼국지, 대학교에서 스타크래프트 외에는 특별히 게임을 많이 한 기억이 없다. 게다가… 소질이 없어서 인가 그것들도 항상 못했던 것 같다. 플스 게임같은 걸 준비해서 가끔 주말에 애들이랑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