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를 괜찮게 읽어서 찾아본 책이었는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이 다른 어조와 느낌이다. 주제가 많이 다른 책이긴 하지만 이렇게 다른 톤의 책을 쓰는 것도 능력이지 싶었다.
일상이 우리가 가진 인생의 전부다.
프란츠 카프카
대단하고 거창한 ‘본게임’은 늘 삶의 저만치 어딘가에 자리할 것 같지만, 아니요. 일상이 ‘본게임’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5분, 무엇을 먹고, 마시고, 생각하는지, 오후에는 누구를 만나 어떤 장소에 머물려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 매일의 습관, 태도, 마음. 이게 전부에요.
그러다 스물세 살 무렵의 일기를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그 일기를 읽던 당시의 저는 서른이 채 안된 나이, 아마도 스물여덟아홉 살 무렵인데요. 놀랍게도 그때의 목표들이 스물여섯 살에도 똑같이 목표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을 본 거에요. 마찬가지로 스물다섯 살 때 고민하던 부분을 스물 여덟 살이 되어서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일기장 안에서 발견한 순간, 그것이 제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절실하게 공감했던 부분. 나도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적었던 일기를 대학생쯤에 우연히 본적이 있는데 표현은 좀 다르긴 해도 생각이나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늘 생각만하고 결심하지만 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충격이었다.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3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버킷리스트를 일기장 맨 앞에 적어두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주 들여다보며 상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첫째, 불평불만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어떻게든 잘 풀린다는 것.
둘째, 삶은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
감사할 만하니까 감사한 건 누구나 감사할 수 있지. 감사할 일이 없는 일상도 기꺼이 사랑하고 감사를 발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거야.
20년 차 일기 장인으로서 그간의 일기 쓰기로 무엇을 얻었느냐 묻는다면 바로 내 감정을 똑바로 쳐다보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상처로부터 꽁꽁 숨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깊이 바라보게 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