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나름 유명한 작가인데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었다. 1,400km의 트래킹을 하는 심각한(?) 내용에 비해 한없이 경쾌하고 유머가 있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비록 3,500Km 전체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코스를 완주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이것도 스포인가?) 작가가 걸은 거리만해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거리를 넘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싶다.

조금씩 야금야금 읽을때마다 당장 뒷산이라도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이었고, 뭔가 기회를 계속 기다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떠나야 한다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기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시도한 마지막이 언제였던가?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의 백미가 상실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모든 경험이 바로 자신을 철저히 일상생활의 편리함에서 격리시키는 것, 그래서 가공 처리된 치즈나 사탕 한봉지에 감읍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코카콜라 한 잔에 마치 처음 마셔보는 음료수인 것처럼 넋이 나갔고, 흰 빵으로 거의 오르가슴을 느낄 뻔했다.

사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에겐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ㅎ

그런데 먼저 대피소를 사용한 사람이 그레이엄 그린의 페이퍼백 책을 두고 간 것을 발견하고 나는 띌 듯이 기뻤으며, 정말로 감읍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가르쳐준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우리 둘 다 삶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낮은 수준의 환희를 정말 행복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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